[기록에서 실천으로 · 27회] 경제적 연결을 넘어: 우리에게 왜 ‘가치 공동체’가 필요한가

경제공동체는 만들 수 있지만 그 경제를 움직이는 가치 공동체를 만들 수 없기에 공동체를 발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바로 인간의 '사회적 상상'의 발휘가 필요하다.
우리는 쉽게 사람들과 연결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목적과 이익만 명확하다면 언제든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집단을 구성할 수 있다. 계약과 효율, 명확한 보상을 중심에 둔 ‘경제공동체’는 오늘날 사회에서 가장 손쉽게 만들어지는 인간관계의 형태다. 그러나 이익을 매개로 엮인 모임이 끝난 뒤 찾아오는 묘한 쓸쓸함은, 우리가 단순한 경제적 협력 이상의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경제를 움직이고 삶의 방향을 잡아줄 ‘가치 공동체’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진정한 가치 공동체를 발견하기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이 난제를 푸는 열쇠는 인간의 ‘사회적 상상’에 있다.

경제공동체와 가치 공동체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눈에 보이는 이익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상상력의 유무다. 경제공동체가 "이 관계가 나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가?"라는 현실적 질문에서 출발한다면, 가치 공동체는 "우리가 함께 그려갈 삶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된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내가 속한 작은 세계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마음속에 그려내는 능력, 즉 사회적 상상이 작동할 때 비로소 사람들은 정서적·정신적으로 깊게 연결된다.

사회적 상상이 부재한 모임은 자본과 이익이 소진되는 순간 힘없이 해체된다. 반면 사회적 상상이 깃든 공간에서는 물질적 보상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함께 추구하는 의미가 구성원들을 단단하게 묶어준다. 단순히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모인 청년들이 서로의 고립을 막고 일상을 돌보는 유대감을 상상할 때, 혹은 쓰레기를 줄이는 효율성을 넘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마을의 풍경을 함께 꿈꿀 때, 단순한 경제적 모임은 비로소 하나의 가치 공동체로 거듭나게 된다.

결국 가치 공동체를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은 거대한 제도를 바꾸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눈앞의 실리 뒤에 숨겨진 삶의 의미를 묻고, 타인의 처지를 내 일처럼 상상해 보며, 작은 가치를 일상에서 함께 실천해 나가는 다정한 노력에서 시작된다.

경제는 공동체를 움직이는 거친 엔진이 되어줄 수 있지만, 그 공동체가 어디로 항해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키는 결국 우리가 발휘하는 가치와 사회적 상상이다. 손익계산서 너머의 가치를 함께 꿈꿀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수많은 타인 속에서 내가 참되게 귀속될 수 있는 진정한 공동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댓글 쓰기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