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서 실천으로 · 16회] '벅차다' 의미의 이중성

한계의 경계에서: 벅참의 이중성과 삶의 질서 구축에 대하여
**"버티는 게 이기는 거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닦아 나가는 것이다."**
**"송곳은 뚫고 나가는 것이다. 뚫고 나가지 못하면 그것은 더 이상 송곳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송곳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문득 가슴이 터질 듯한 벅참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것은 거대한 성취를 이루었을 때의 환희일 수도 있고,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나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 느끼는 경외감일 수도 있다. 이 '벅참'이라는 감정은 양날의 검과 같다. 우리를 살아있게 만드는 생동감의 원천인 동시에, 자칫하면 우리의 정신적 평온을 무너뜨리고 삶의 균형을 깨뜨리는 혼돈의 시작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물리학의 엔트로피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엔트로피는 시스템 내의 무질서도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자연계의 모든 에너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질서 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우리의 감정과 삶 또한 마찬가지다. 외부의 강렬한 자극이나 통제할 수 없는 격정적인 상황은 우리 내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무질서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벅참이 극에 달해 자아를 압도할 때, 우리의 정신적 세계는 엔트로피가 급격히 증가한 혼돈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 반대로 우리가 의식적으로 노력하여 삶의 규칙을 세우고 감정을 다스리는 과정은 에너지를 투입하여 무질서를 낮추는 '역엔트로피'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생명체가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비하며 자신의 구조를 유지하듯, 인간 역시 정신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의 역동성과 질서의 문제는 웹툰 '미생'과 '송곳'의 서사에서 매우 현실적이고도 묵직하게 드러난다. 웹툰 '미생'은 바둑이라는 한계 상황에서 사회라는 거대한 조직으로 던져진 주인공 장그래의 이야기를 통해, 무질서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질서를 구축해 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직장 생활이라는 냉혹한 현실은 끊임없이 개인의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엔트로피를 높이는 환경이다. 그러나 장그래는 그 혼돈 속에서도 바둑을 통해 익힌 인내와 관찰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업무적 질서를 세우고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그에게 벅참이란 단순한 성공의 기쁨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를 증명해 나가는 과정에서 얻는 역엔트로피적 성취에 가깝다.

반면 웹툰 '송곳'은 거대한 부조리와 시스템의 압박 앞에서 개인이 느끼는 벅찬 분노와 그로 인한 혼란을 다룬다. 노동 현장의 불합리함과 거대 자본의 횡포는 개인의 삶을 무너뜨리고 사회적 엔트로피를 극대화하는 요소들이다. 주인공 구고신과 이수인 씨를 비롯한 인물들이 마주하는 감정은 정의감이라는 이름의 뜨거운 벅참이지만, 이는 동시에 기존의 안락한 삶을 파괴하고 투쟁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위험한 에너지이기도 하다. '송곳'의 인물들은 이 거대한 부조리라는 파도에 휩쓸려 자아를 잃는 대신, 날카로운 송곳처럼 진실을 꿰뚫어 보려는 의지를 통해 자신들만의 도덕적 질서를 구축하려 애쓴다. 그들에게 벅참은 사회적 혼돈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최소한의 질서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의 동력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 벅참이라는 에너지를 어떻게 삶의 질서 안으로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진정한 성숙이란 감정의 파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파도를 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우리는 한계의 경계에서 밀려오는 강렬한 감정들을 외면하지 않되, 그것이 나의 일상을 파괴하지 않도록 나름의 심리적 방어선과 규칙을 세워야 한다. 성취의 기쁨을 기록하며 겸손을 배우고, 부조리에 대한 분노를 정의로운 행동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은 곧 증가하는 엔트로피에 맞서 삶의 역엔트로피적 질서를 구축하는 숭고한 투쟁이다.

삶의 질서는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정의 흐름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는 역동적인 노력이다. 벅참이라는 거대한 에너지를 삶의 동력으로 삼으면서도, 그 에너지가 나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스스로의 경계를 관리할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자아를 유지할 수 있다. 한계의 경계에서 느끼는 그 아찔한 벅참을 품고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진정한 삶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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