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서 실천으로 · 9회] 인간에 대한 낭만 금물

낭만을 넘어 연대로: 인간의 불완전함을 마주하는 자세**
인간에 대한 낭만적인 기대는 금물이다. 인간은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얼마든지 괴물이 될 수 있다. 그런 인간들에게 고통당하는 이들의 친구가 되어주라. 이웃이 되어주라. 적어도 같이 돌을 던지지는 말라.
우리는 흔히 인간을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존재로 상정하며, 타인에 대해 따뜻하고 숭고한 기대를 품곤 한다. 이러한 낭만적인 믿음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현실의 냉혹함을 가리는 눈가리개가 되기도 한다. 첨부된 메모 '인간에 대한 낭만 금물'은 우리에게 인간 본성에 대한 서늘한 통찰을 던져준다. 인간은 결코 완벽한 성자가 아니며, 특정한 환경과 조건이 갖춰진다면 누구나 잔혹한 괴물로 변모할 수 있는 잠재적 불안정성을 지니고 있다는 경고다.

인간이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단순히 악인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인간의 행동이 개인의 고결한 성품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적 구조, 결핍, 그리고 환경적 압박에 의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굶주림, 공포, 혹은 집단적인 광기가 지배하는 상황 속에서 인간의 도덕성은 무력해질 수 있다. 따라서 타인에 대해 무조건적인 선의를 기대하는 낭만적 태도는, 오히려 예상치 못한 악의 출현 앞에서 우리를 무방비 상태로 만들고 깊은 환멸에 빠지게 할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의 이러한 불완전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메모는 우리에게 두 가지 차원의 실천적 태도를 제안한다. 첫째는 '연대'이며, 둘째는 '방관하지 않는 윤리'이다.

먼저, 우리는 인간의 변모 가능성을 인지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에 주목해야 한다. 환경의 변화로 인해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 혹은 그들의 폭력 아래 신음하는 이들의 곁을 지키는 친구이자 이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악함을 방치하라는 뜻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이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생명들을 외면하지 말라는 인본주의적 요청이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냉철한 시선은, 역설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더 실질적이고 단단한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로, 우리는 '적어도 같이 돌을 던지지는 말라'는 가르침을 명심해야 한다. 군중 심리에 휩쓸려 타인을 비난하고 낙인찍는 행위는, 우리 스스로를 또 다른 괴물의 일부로 만드는 길이다. 누군가가 비난의 대상이 되었을 때, 그 비난의 대열에 합류하여 돌을 던지는 것은 가장 손쉬우면서도 파괴적인 행동이다. 최소한의 윤리적 마지노선은 타인을 향한 맹목적인 공격성을 멈추고, 판단을 유보하며, 폭력의 연쇄에 가담하지 않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간에 대한 낭만을 버린다는 것은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를 갖는 일이다.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헛된 환상에 기대지 않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이웃이 될 수 있다. 타인을 향한 무분별한 돌 던지기를 멈추고, 그들의 아픔 곁에 머무는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불완전한 인간들이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인간적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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